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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캅스 후기 (여성영화, 범죄액션, 재조명)

by qmffhrm159 2025. 5. 19.

    [ 목차 ]

영화 걸캅스 공식 포스터

 

 

2019년 개봉한 영화 ‘걸캅스’는 여성 형사가 주인공이라는 설정부터가 눈에 띄는 작품이었습니다. 라미란과 이성경이라는 세대가 다른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아,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인 범죄를 파고드는 과정을 통해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라는 민감한 사회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유쾌함과 통쾌함을 잃지 않는 균형 잡힌 연출은 많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시엔 과소평가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걸캅스는 ‘시대를 앞서간 영화’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여성영화

‘걸캅스’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주인공 두 명 모두가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그동안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주로 남성 캐릭터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렀습니다. 형사, 검사, 액션 히어로 등 주도적인 역할은 대부분 남성에게 돌아갔고, 여성은 피해자나 조력자, 혹은 러브라인의 일부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걸캅스’는 이 공식에서 벗어납니다. 퇴직을 앞둔 전설의 형사 박미영(라미란 분)과 신입 민원 담당 지혜(이성경 분)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능동적인 주체로 활약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수사 기획, 실행, 결정까지 모두 주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단지 설정이 아니라, 그들의 시선과 판단, 공감능력의 근거가 됩니다. 또한, 이 영화는 남성과 여성의 물리적 차이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성 형사들이 현실적인 장벽과 무시, 조직의 벽을 어떻게 뚫고 사건을 해결하는지를 중심에 둡니다. “여자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라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며, 영화 속 여성 서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여성끼리의 연대 또한 걸캅스의 핵심입니다. 단순히 사건 해결을 위한 협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과 방식의 두 여성이 점차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단단한 감정선을 형성합니다. 이는 로맨스 없이도 충분히 서사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범죄액션

‘걸캅스’가 주목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영화가 다룬 ‘디지털 성범죄’라는 주제입니다. 불법 촬영, 유포, 그리고 조직적인 범죄 네트워크는 단지 영화적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 존재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특히 여성 대상 범죄가 온라인에서 어떻게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수사나 처벌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고발하는 장면들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초반에는 코믹한 연출과 대사들로 분위기를 가볍게 풀어나가지만, 영화가 본격적으로 사건을 전개하면서는 긴장감과 현실감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피해자가 입는 상처, 사회가 보이는 무관심, 경찰 조직 내의 무기력함 등은 모두 현실의 단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미영과 지혜가 직접 범인을 추적하고, 증거를 수집하며 겪는 갈등은 단순한 액션의 통쾌함 그 이상을 전달합니다. 이들이 마주하는 장애물은 단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관료주의, 성차별, 무관심 같은 구조적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승리하는 순간은 단순한 범죄 해결을 넘어선 ‘정의 회복’이라는 상징성을 갖게 됩니다. 액션 자체도 기존 여성 중심 영화에서 보기 드문 시도가 많습니다. 남성 액션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추격전, 격투씬, 차량 액션이 현실적인 강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작정 ‘센 척’이 아닌, 훈련된 경찰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설득력을 더합니다.

재조

‘걸캅스’는 2019년 개봉 당시,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여성 중심 영화’라는 프레임이 만들어낸 편견이었습니다. 일부 관객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페미니즘 영화’라는 낙인을 찍고 외면했고, 일부 평론은 “코미디와 진지함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방향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영화는 오히려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OTT 플랫폼을 통해 이 영화를 다시 접한 시청자들은 “이 영화가 너무 일찍 나왔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디지털 성범죄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금, 걸캅스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당시보다 지금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라미란과 이성경의 조합 역시 시간이 지나며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라미란은 특유의 생활 연기와 액션을 결합해 ‘엄마 경찰’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고, 이성경은 차갑고 민첩한 젊은 경찰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소화하며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연기력을 증명했습니다. 이들의 케미스트리는 단순히 재미있는 콤비를 넘어서,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정서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한국 영화계에서 여성 중심 장르가 서서히 다양해지는 흐름 속에서 ‘걸캅스’는 분명 선구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등장한 여성 중심 드라마나 영화들이 이 작품의 길을 일부 따라간다는 점에서, ‘걸캅스’의 문화적, 장르적 기여도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본다면, 당시의 평가보다 훨씬 더 큰 의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결론

‘걸캅스’는 단순히 여성 형사가 나오는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현실을 반영한 주제,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 통쾌한 정의 실현이라는 세 가지 축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수작입니다. 처음에는 소외됐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대를 앞서간 영화로 평가받는 ‘걸캅스’. 강한 여성 캐릭터와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은 영화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다시 감상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