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발레리나 다시보기 (리뷰, 액션, 여성영화)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영화 <발레리나>는 단순한 복수극의 틀을 넘어, 감성과 스타일이 돋보이는 여성 중심 액션 영화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 한국 액션영화의 남성 중심 서사를 과감히 뒤엎고, 감정 중심의 시각적 연출과 음악적 리듬을 통해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보여줍니다. 특히 이충현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배우 전종서의 몰입도 높은 연기, 그리고 음악 감독의 몽환적 사운드가 어우러져 영화는 감각적이고도 묵직한 정서를 전달합니다. 이 글에서는 <발레리나>의 영화적 가치, 연출과 액션 스타일, 그리고 여성 중심 서사의 사회적 의미까지 깊이 있게 분석해보겠습니다.

영화 <발레리나> 리뷰

<발레리나>는 한 마디로 요약하면 ‘감정이 주도하는 스타일리시 액션영화’입니다. 영화의 도입부는 조용하고 차분한 톤으로 시작되며, 주인공 옥주(전종서 분)는 절친 민희의 자살 소식을 접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립니다. 그녀는 민희의 휴대폰에서 녹음된 메시지를 듣고, 복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누군가를 죽이고 속 시원하게 끝나는 복수극이 아닙니다. 옥주의 모든 행동에는 감정의 잔상이 남아있고, 관객은 그 정서의 파장을 따라가며 극에 몰입하게 됩니다. 전종서의 연기는 이 영화의 정서를 완성시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그녀는 최소한의 대사로 최대한의 감정을 전달합니다. 특히 눈빛과 표정, 움직임만으로 슬픔과 분노, 체념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관객의 숨을 멎게 할 정도로 강렬합니다. 이충현 감독은 그녀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으며, 각 장면의 색보정과 조명도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배경은 주로 어두운 밤, 도시의 외곽, 클럽, 모텔, 지하 주차장 등 폐쇄적이고 답답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주인공이 겪는 정서적 고립과 혼돈을 효과적으로 반영하며, 관객에게 숨 막히는 심리적 압박감을 전달합니다. 영화 전체는 일종의 추도사처럼 느껴지며, 그녀의 복수는 단순한 응징이 아니라 친구를 향한 마지막 애도이자, 스스로를 위한 정리의 과정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발레리나>는 리뷰어들에게도 “감정이 미장센을 움직인다”는 호평을 받으며 독특한 감성 액션의 모범사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액션

<발레리나>의 액션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볼 수 있는 과잉된 폭발이나 화려한 편집 대신, 고요하고 절제된 동선과 리듬으로 구성됩니다. 주인공 옥주의 움직임은 마치 발레리나가 무대 위를 움직이듯 유연하고 정교하며, 이 과정에서 강한 감정이 은유적으로 표현됩니다. 특히 그녀가 적과 마주할 때, 먼저 움직이기보다는 정적 속에서 상대의 행동을 기다리며 타이밍을 재는 방식은 기존 한국 액션영화에서 보기 드문 형식입니다. 이러한 액션 스타일은 공간의 활용에서도 독특함을 보입니다. 영화에는 엘리베이터, 주차장, 클럽, 욕실 등 폐쇄된 장소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감정의 압축을 극대화시키고, 작은 공간 안에서 긴장감을 폭발시킵니다. 특히 클럽 씬에서는 붉은 조명과 박자감 있는 음악이 액션과 절묘하게 맞물리며 시청각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이 장면은 감독의 뮤직비디오적인 감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액션 장면에서 음악의 사용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적인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음악이 절묘하게 섞이며 관객의 심장을 쥐고 흔듭니다. 총격전이나 칼부림 장면조차 감정적인 해석을 덧입어 단순한 쾌감이 아닌 서사적 동력을 제공합니다. 이는 ‘감정 기반 액션’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보여주는 결정적 특징입니다. 감독 이충현은 <콜>에 이어 또 한 번 시청각적 서스펜스를 완성하며, 한국 영화계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해가고 있습니다. 그는 인물의 내면을 격렬한 액션보다 정서적 연출로 풀어내며, 관객의 감정을 공감과 몰입으로 이끌어냅니다. <발레리나>의 액션은 단순한 장르적 장식이 아닌, 감정의 언어로서 존재합니다.

여성영화

<발레리나>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여성 중심 서사’의 확장입니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아직까지도 남성 캐릭터 중심의 장르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여성은 조연 혹은 희생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발레리나>는 전면적으로 여성 인물을 중심에 두고, 그 감정과 선택, 서사 구조까지 모두 그녀의 시점으로 풀어갑니다. 주인공 옥주는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정보를 찾고, 스스로 계획하고, 스스로 복수합니다. 그녀의 복수는 누군가를 대신한 것이 아니라, 민희라는 인물에 대한 정서적 응답이자 자기 서사의 완성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여성 캐릭터는 한국영화에 거의 없던 유형이며, 전종서 배우는 이를 차분하면서도 폭발력 있게 표현합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영화 속 여성 간의 관계입니다. 옥주와 민희는 단순히 친구 이상의 정서적 유대를 보여주며, 그 연대는 영화 전체의 정서를 이끌어가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이 연대는 결코 멜로적인 설정이 아니며, 진정한 ‘여성 간 지지와 복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성은 페미니즘 서사와는 또 다른 결의 여성 서사로, 감정과 애도의 복합적인 층위를 보여줍니다. 또한, 영화는 여성의 감정이 단지 히스테리적이거나 과장된 것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차분하고 계산된 복수, 절제된 슬픔, 그리고 체념 속에서의 행동 등 여성의 감정을 고도로 정제된 방식으로 전달합니다. <발레리나>는 단지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가 아니라, ‘여성적 정서’와 ‘여성의 주체성’을 본질적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결

<발레리나>는 한국 영화가 새로운 방식으로 여성서사와 감성 액션을 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전종서의 열연, 이충현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음악과 시각미의 조화, 그리고 감정이 주도하는 액션 시퀀스는 기존 장르물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단순히 복수극이 아닌, 애도의 서사이자 정서의 기록으로서의 <발레리나>. 지금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고, 새로운 한국 영화의 방향성을 체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