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한국형 첩보 액션 영화로, 개봉 당시 1,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흥행작입니다. 특히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등 국내 톱클래스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통쾌한 액션과 감정의 깊이를 동시에 안겨주며, 지금까지도 ‘다시 보고 싶은 항일 영화’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니라, 우리가 쉽게 잊거나 지나쳤던 역사적 진실과 인물들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광복절이나 3·1절처럼 역사적 기념일이 다가오면 ‘암살’은 자주 거론되며 다시금 조명됩니다. 이 글에서는 ‘암살’이 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영화인지, 그리고 광복절 추천 영화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세 가지 관점에서 깊이 있게 풀어보겠습니다.
광복절 추천
‘암살’은 광복절 시즌에 자주 언급되는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심에는 이 영화가 단순히 과거를 배경으로 한 ‘역사영화’가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질문과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1933년, 일제강점기의 조선과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의열단 소속 저격수 안옥윤과 동료들이 벌이는 암살 작전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영화는 당시의 혼란하고 억압된 시대를 살아가던 인물들의 갈등과 투쟁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특히 영화의 초반부터 후반까지 일관되게 흐르는 긴장감은 ‘이야기의 박진감’ 이상을 제공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잊어버렸던 역사의 이면과, 그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과 고통, 그리고 결단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광복절은 단순히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날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이 피와 목숨을 바쳐 되찾은 자유와 독립의 결과입니다. ‘암살’은 바로 그 이면에 있는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하는 데 탁월한 작품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여성 독립운동가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주인공 안옥윤은 단지 상징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전면에서 전투를 지휘하고 실질적으로 작전을 이끄는 강인한 존재입니다. 전지현의 연기력은 기존의 '액션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며, 실제로 많은 여성 관객들로부터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로 손꼽혔습니다. 광복절을 맞아 이 영화를 다시 보면, 단지 나라를 위한 희생뿐 아니라 그 안에 숨어 있던 여성들의 기여와 이름 없는 투사들의 존재까지도 함께 기릴 수 있습니다.
항일영화
‘암살’의 이야기 구조는 매우 치밀하면서도 감정적으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영화는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하되, 주요 캐릭터는 대부분 허구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이 허구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여러 사건과 맞물리면서, 관객은 “이런 인물이 정말 있었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몰입감을 얻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픽션이 아닌, ‘사실 같아서 더 아픈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주인공 안옥윤은 어린 시절 친일파에게 부모를 잃고, 의열단의 저격수로 성장해 작전에 투입됩니다. 하지만 그녀가 사실은 죽은 줄 알았던 쌍둥이 언니였다는 반전은, 개인적 서사와 민족적 투쟁이 어떻게 교차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와이 피스톨과 그의 조수 속사포는 암살 작전과는 별개로 돈을 받고 움직이는 해결사였지만, 점차 그들의 정체성과 내면 갈등이 드러나며 ‘국가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염석진입니다. 그는 독립운동가로 위장한 친일 밀정으로, 결국 극 중에서 가장 잔인하고 비열한 선택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단순한 악행이 아니라, 권력과 생존, 배신과 두려움이 얽힌 인간 군상의 축소판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친일 청산’이라는 미완의 과제에 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암살’은 인물 간의 명확한 선악구조가 아닌, 그 시대를 살면서 고민하고 방황했던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락적인 재미를 주는 액션과 대사 외에도, 인물 하나하나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음미하며 본다면 훨씬 더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역사 재조명
‘암살’이 단순한 역사 소재 영화에 그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탁월한 프로덕션 퀄리티입니다.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를 고증에 기반해 실감 나게 재현한 세트, 시대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보여주는 촬영과 조명, 그리고 인물들의 의상과 말투까지 모두 디테일하게 구성되어 있어, 관객은 마치 실제 그 시대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의 주요 공간인 총독부, 서대문형무소, 경성역 거리, 명동 거리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각각 독립운동의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전차가 지나가는 골목, 포스터가 붙은 벽면, 일본군 헌병의 눈초리까지도 그 시대의 긴박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합니다. 미장센과 세트 구성만으로도 이 영화는 극장 상영 당시 “가장 정교한 시대극”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연출 또한 주목할 만합니다. 특히 암살 장면들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감정과 신념이 교차하는 순간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교회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종교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이라는 아이러니와 함께, “신 앞에서 정의를 실현한다”는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큰 감정적 충격과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외에도 카메라 워킹, 클로즈업, 조명 활용 등은 영화적 미학과 정치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암살’이 단순한 서사극을 넘어선 영화적 성취를 보여줍니다. 역사 재현의 수준을 넘어, **그 시대의 감정과 공기, 인간 군상의 다양성을 모두 시각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암살’은 광복절에 다시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오락성과 스릴, 감정과 메시지를 모두 품고 있으며, 그 속에 담긴 역사적 진실과 인간의 선택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과거를 돌아보게 만들 뿐 아니라, 그 기억이 오늘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있습니다. 올해 광복절, 가족과 함께, 또는 혼자 조용히 ‘암살’을 다시 보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름들과 역사적 순간들을 떠올려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보는 이유이며,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기억의 실천’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