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봉한 영화 타겟은 신창훈 감독이 연출하고 신혜선, 김성균, 이주영이 출연한 스릴러 영화로, 실제 유사 범죄에서 영감을 받은 강력한 현실성을 무기로 내세운 작품입니다. 중고거래라는 너무도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개인의 삶이 어떻게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단순한 장르물 그 이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생활문화가 보편화된 한국 사회에서 <타겟>은 모든 관객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작품을 '중고거래 스릴러', '현실공포', '1인 가구 범죄 경고'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심층 분석해보겠습니다.
중고거래 스릴러
타겟은 국내 스릴러 장르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소재를 채택한 영화입니다. 그동안 한국 스릴러는 주로 연쇄살인, 강력 범죄, 경찰 수사물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영화는 누구나 접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위협을 조명하며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공포를 다룹니다.
주인공 수현(신혜선)은 독립해 혼자 살며, 시간날 때마다 중고거래로 생활비 일부를 보충하는 전형적인 현대 여성입니다.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시작된 한 건의 거래가, 그녀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범죄의 입구’가 됩니다. 물품을 거래하고 난 뒤부터 수상한 문자, 위치 노출, 택배 사칭 등 정체불명의 위협이 서서히 다가오고, 수현은 점점 심리적으로 고립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의 서사 구조입니다. 단숨에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엔 '이상한데?', '우연일까?'라고 느껴지는 사건들이 쌓여가며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이는 관객이 스토리에 빠져들게 만드는 동시에, ‘이건 내 얘기일 수도 있어’라는 감정 이입을 유도합니다. 택배함, 스마트폰 알림, 비밀번호, CCTV 사각지대 등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 소품들이 하나씩 위협 요소로 변하면서 관객의 불안을 증폭시키죠.
타겟은 이러한 설정을 통해 한국형 스릴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작품입니다. 소재의 신선함뿐 아니라, 영화 전체가 ‘중고거래는 안전하다’는 대중의 인식을 의심하게 만들고, 무방비 상태의 일상이 어떻게 범죄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현실공포
타겟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에 의존하지 않고도 강한 긴장감과 불쾌감을 주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감독 신창훈은 '침입'과 '침묵'을 중심에 둔 미장센과 사운드 설계를 통해,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심리적 공포를 구축하는 데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수현의 집은 원룸 구조로 매우 좁고 단조롭지만, 영화 내내 이 공간은 가장 위협적인 장소로 변모합니다. 침대에 앉아 있을 때 문 틈 사이로 들리는 인기척, 택배함 앞에서 멈춘 낯선 사람, 어둡게 보이는 창 밖의 그림자 등은,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엇인가 있을 것 같은’ 공포를 자아냅니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공포감을 오히려 극대화합니다.
또한, 영화는 사회 시스템의 무력함을 강조하며, 현실에서 피해자가 얼마나 고립될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수현은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사건을 축소하거나 무시하고, 가족조차 그녀의 불안에 진지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런 설정은 피해자가 범죄의 1차 피해를 넘어서, 2차·3차 피해까지 겪는 구조를 드러내며, 많은 여성 관객에게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옵니다.
특히 감정선이 강하게 작용하는 장면은, 수현이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인식에 도달하는 지점입니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살아남기 위한 존재로 변하며 스릴러 장르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습니다. 이는 현실의 피해자가 느끼는 무력감, 그리고 결국 스스로 싸워야 한다는 잔혹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인 가구
타겟이 가장 강렬하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제 ‘특별한 사람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타겟이 될 수 있고,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더 위험한 위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영화는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2020년대 이후 한국 사회는 1인 가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범죄의 타깃도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1인 가구는 디지털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으며, SNS, 오픈 채팅, 위치 기반 플랫폼, 배달 서비스 등을 통해 개인 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영화 속 수현은 비밀번호를 따로 알려주지 않았지만, 상대방은 이미 그녀의 거주지, 가족 관계, 출퇴근 시간까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나도 모르게 노출된 정보’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경고합니다.
영화는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나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실제 유사한 범죄 사례들이 꾸준히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타겟은 단순히 흥미로운 스릴러가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 영화**로도 작용합니다.
또한, 영화는 피해자의 불안과 고립, 그리고 우리 사회의 대응 부족을 함께 그리며, 범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수현이 겪는 일들은 특정한 상황이 아닌, 많은 1인 가구가 현재도 겪고 있는 불안 그 자체이며,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론
타겟은 그 어떤 액션이나 복수극보다 현실적이고, 그 어떤 추격전보다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은 스릴러입니다. 이 영화는 ‘누구든 타겟이 될 수 있다’는 진실을 너무나도 차분한 어조로 말하며, 우리 일상의 허점을 차근차근 파헤칩니다.
중고거래, 택배, 원룸, 스마트폰, 오픈채팅. 너무나 익숙하고, 너무나 흔하게 사용하는 것들이지만, 그 안에 얼마나 큰 위험이 숨어 있을 수 있는지를 <타겟>은 아주 날카롭게 경고합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 그리고 결국 고립된 개인이라는 구조는 단순히 영화 속 설정이 아닌 지금 현실의 축소판입니다.
이 영화는 ‘범죄 예방’을 위한 메시지를 넘어서, 현대 사회 속 인간관계와 신뢰, 감시와 통제, 고립과 생존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남깁니다. <타겟>을 보고 난 뒤, 당신은 아마 누군가와 중고거래를 할 때 조금 더 경계할 것이고, 택배를 받을 때 잠시 주위를 살펴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작은 경계심’이 어쩌면 당신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현실 생존 매뉴얼이라 할 수 있습니다.